[정책칼럼]복지국가 담론의 유용성과 한계-조흥식(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작성자 : kspi    작성일시 : 작성일2026-05-16 11:03:25    조회 : 4회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요즘처럼 뿌듯함을 느낀 적은 없다. 2012년 총선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 할 것 없이 선거 의제의 하나로 복지국가를 내세우는 등 복지 담론이 백가쟁명으로 여기저기서 울려 나오기 때문이다. 지난 50여 년 간 복지를 사회,노동운동진영에서는 개량주의로, 보수진영에서는 사회주의의 하나로 치부하던 때와 비교해 보면 격세지감이 있다.


이러한 추세는 지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과 2008년 세계금융위기 등 두 차례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양극화사회로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는 사실과 맥을 같이한다. 그만큼 일반 대중의 일상적인 삶이 팍팍해지고 있고, 빈곤율, 출산율, 이혼율, 자살율이 세계 최고 수준임은 이를 반증한다. 이와 함께 일상적인 삶의 문제를 개인과 가족, 친지의 힘으로는 해결하지 못하며, 국가와 사회, 지방자치단체가 짐을 함께 나눠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도 깨달았던 것이다. 지난 6.2 지방선거를 통하여 친환경 무상급식 공약이 힘을 얻고, 4대강 예산을 교육과 복지, 일자리 창출에 쓰라는 요구가 거세게 터져 나온 것도 이를 반영하는 것이 아닌가. 복지 의제와 담론이 대중으로부터 승인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럴수록 담론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 담론은 구체적인 실현을 위한 시작에 불과하다. 물론 시작이 반을 차지한다지만 그렇다고 지속가능한 실현성을 담보하고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실현성은 3M을 요구한다. 충분한 재정(money), 적절한 인물(manpower), 적합한 방법론(method)을 필요로 한다.

담론을 통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지속가능한 정책 의제를 설정하여, 어떠한 인물이 어느 정도 재정을 사용하며, 어떠한 방법을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심사숙고가 따라야 한다.


사실 바람직한 복지국가를 만들어가려면 적어도 재정과 제도화에 대한 깊은 논의를 거치지 않으면 안 된다. 재정문제는 무엇보다 대중적인 합의와 지지를 얻어 내어야 할 문제이고, 제도화 문제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체계 구축 문제와 직결된다. 사실 대다수 사람들은 다양한 많은 복지를 요구하면서도 증세에는 반대하는 이중성을 갖고 있음을 소홀히 다뤄서는 안 된다. 그리고 복지예산은 한 번 설정되면 삭제하거나 감축할 수 없는 성격의 것임도 염두에 둬야 한다.

또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상호협력과 견제라는 정치 능력도 헤아려봐야 한다. 아울러 서구 복지국가가 갖는 관료주의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에 대한 대안으로서 풀뿌리 생활정치의 중요성도 짚어봐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복지가 갖는 근원적인 한계에 대해 숙지해야 한다. 복지는 재분배 기능을 하지, 결코 1차적인 분배 기능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생산과 연계된 분배문제에 대한 고민 없이 2차적인 재분배 문제에 너무 신경을 쓰다 보면 자칫 생산체제 문제를 소홀히 할 가능성이 크다. 협동조합 생산체제, 사회적 기업체제, 문화 컨텐츠 생산체제 등 새로운 생산체제의 모색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바람직한 지속가능한 복지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책임도 중요하지만 복지국가를 만들어가는 주체자가 시민이 되어야 한다. 풀뿌리 생활정치의 주체자로서 지역 곳곳마다 대중모임을 활성화하고 이 모임을 통한 생활복지 요구투쟁이야말로 진정한 복지국가 담론의 출발이 되어야 한다. 과거 백가쟁명은 결코 일부 전문가나 정치꾼들의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들만의 판을 뒤짚는 것이었다. 여기저기서 자신의 우국충정과 삶의 고민이 터져 나온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최근 유행을 타는 복지국가 담론이 자칫 레토릭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생활복지는 결코 구호나 깃발이 아니라 구체성과 살현성을 담보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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